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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 생산기업 피보디사 최도선(Dante Choi) 사장의 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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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에서 30년 이상 상업 및 생산업에 종사해 왔던 한국 출생 외국인 기업인으로 현재 아르헨티나의 경제 및 사회 상황에 대해 큰 슬픔을 느끼면서 서신을 작성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1977년부터 아르헨티나에 거주해오고 있으며, 발전에 대한 희망과 해결책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얻던 신임 정부가 기회를 잃어버리고 초반의 기대를 절망으로 바꾸고 아르헨티나 사회가 고통에 빠지는 결과를 몇 번이나 목격했습니다.

현재의 상황은 IMF로부터 차관을 얻는다는 것과 제어하기 어려운 인플레로 인한 소비침체, 매일 국민에 대한 고문처럼 계속되는 뻬소화 평가절하, 노조와 사회단체의 반대집회 등으로 요약할 수 있으며, 이미 이런 상황은 지난 40년간 여러 번 발생했던 사태의 데쟈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메넴정부 마지막 시기가 생각나며, 인플레를 동반한 불경기, 마이너스 경제성장, 죽어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IMF 구제금융, 재정적자와 경상수지가 문제라는 경제학자들과 정치가들의 똑같은 상황분석, 경제를 숨 막히게 하는 조세 압력, 아르헨티나의 고비용 등으로 기억되는 연립정부 첫 해와도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매번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집단적인 행동을 수정하지 않기 때문에 매번 같은 현재를 살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경제학자들의 분석을 보면 대부분은 통화정책, 외환보유고, 인플레, 평가절하, 통화채 Lebac의 어마어마한 규모, 재정 적자 등에 대해 매번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이는 경제를 분석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통화 문제에 집중된다는 뜻으로 우리 모두 경제가 그에 좌우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이미 70년대부터 이를 경험했습니다.

한국 경제학자들의 경우에는 통화분야는 중앙은행과 금융 분야의 일부 전문가들만 분석할 뿐이고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생산 및 공업 분야의 경쟁력에 대해 분석합니다.

한국의 신문에서 자주 읽게 되는 경제기사는 투자율이 얼마인가,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분야별 산업경쟁력은 몇 년이나 뒤처져 있는가, 한국의 반도체 기술이 중국에 비해 몇 년이나 앞서 있는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투자를 어떻게 하는가, 개발과 연구에 대한 투자율은 얼마인가, 세계 각국의 특허권 보유 현황은 어떻게 되는가, 매달 수출액은 얼마인가, 어떤 분야에서 경쟁력이 높아지고 혹은 낮아졌는가, 시장 점유율의 상승과 하락, 미래 기술은 무엇인가, 한국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 가격 변동 사항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즉 한국의 경제학자들은 서비스 및 제조업의 각 분야 생산구조와 실질경쟁력에 대해 분석하고 있을 때, 아르헨티나에서는 통화정책에 대한 분석만 있을뿐 생산구조 및 경쟁력에 대한 전문가는 볼 수가 없습니다. 혹은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인플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진지하게 생산에 관해 논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르헨티나식 고비용 구조가 있는 한 어느 누구도 생산성 향상을 위한 외국인 투자를 논할 수 없습니다. 아르헨티나에는 현재의 고용 및 금융비용, 그리고 금융 불안 상황에서 꾸준하게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이 없기 때문에 외국의 투기세력만 들어올 뿐입니다.

국내에는 외국 기업과 비교한 제조업계의 실질경쟁력에 대한 연구 자료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자간 환율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아르헨티나 산업의 경쟁력이 브라질이나 아시아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의 경쟁력이 있는지, 수출 시의 높은 조세 압력에 대해 알 수가 없으며 이를 분석하거나 토론하지도 않습니다.

작은 예를 들겠습니다. 저희 기업은 울링함에 소재한 생산 공장에서 소형가전제품을 생산해 수출하고 있습니다. 현재 납부하고 있는 영업세에 부품 공급업자들이 내고 있는 영업세, 원자재제 구입 시에 부과되는 세금, 판매 체인첨이 납부하는 영업세 등 이중삼중으로 조세 압력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도 정확하게 조세압력이 어느 정도인지 계산할 수 없을 정도이며, 만약 그런 분석이 있어도 정보접근이 안 되거나 무시되고 논쟁의 테마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고금리와 매출하락으로 기업들은 죽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정부는 자유무역을 장려하고 있으며, 우리 시장을 개방하여 세계 무역시장에 편입하는 것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공업계의 높은 경쟁력과 세계와 동일한 비용구조를 가지고 있어야 가능한데, 현정부는 경쟁력 있는 거시경제 상황을 만들어내는데 무능함을 보이고 있으며, 우리를 불균형적인 긴축 상황에 놓이도록 만들었습니다.

거시경제의 불안정성과 아르헨티나의 고비용을 견디면서 기업들은 생산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그 것이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국내 생산비용과 조세 시스템 아래에서 어떻게 국제 사회에 편입이 되고 OECD 회원국이 되는 것을 꿈꿀 수 있겠습니까?

아르헨티나의 제조업 및 공업 기업인들은 한국이나 중국, 일본의 기업인들과 같은 효율성을 갖추고 있지 않은데 동양 출신이라는 사실 만으로 아시아 기업의 경쟁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

GDP 대비 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부채 비율이 120%나 140%가 넘는 이탈리아나 그리스가 아닙니다. 20년 동안의 장기 불황을 끝내기 위해 경기부양을 적극적으로 한 일본으로 현재는 GDP대비 부채 비율이 220%가 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국제금융이 불안해지면 엔화는 오히려 고공행진을 하게 됩니다. 투자자들의 안전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으로, 어떻게 아르헨티나와 사정이 그리도 다를 수가 있을까요?

왜냐하면 일본 국채는 대부분 국내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으며, 외국 자본은 너무 낮은 이율 때문에 대부분 일본 국채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본인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 국민들이 자국 화폐에 대한 신뢰를 잃고 아르헨티나 국민들처럼 달러화로 저축하고, 두개의 화폐로 생각을 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불법 지하경제나 조세 포탈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일본의 경제 안정은 과연 며칠이나 갈 수 있겠습니까?

안타깝게도 비법은 없습니다. 모든 신흥국은 현재 자본 이탈과 자국 화폐 평가절하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제조업 기반이 충실하지 못하고 부가가치를 부여하지 않은 가공되지 않은 원자재를 수출하는 국가로 정부 및 민간의 재정 지출이 수입을 상회하며 저축률도 낮은 국가들입니다.

아르헨티나 국민이 저축을 위해 구입하는 달러가 매년 200억 달러에 이르고 매년 100억 달러에 이르는 관광수지 적자와 불경기로 수입이 줄어든다 해도 가뭄으로 인한 피해로 인해 수출이 부진해 2018년에만 100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할 상황에서 IMF의 500억 달러 차관은 과연 몇 달이나 견딜 수 있겠습니까? 아르헨티나의 일인당 국민소득은 1만4천에서 5천 달러인데, 해외관광과 소비재 수요를 봤을 때 소비 수준은 국민소득이 2만5천 달러에 이르는 국민과 같습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IMF 차관 중 80억 달러를 공무원 봉급을 지급하기 위해 사용할 것입니까? 시시비비를 따지지 않고 과연 그 용도로 차관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묻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어떻게 러시아 월드컵 경기 입장권을 가장 많이 구입한 국가 2위나 3위에 아르헨티나가 들어갈 수 있는지, 해외 최신 럭서리 차량을 구입하는 사치를 부릴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또한, 아르헨티나가 외국에서 토마토 소스, 이탈리아 파스타, 칠레 아보카도, 브랜드 의류를 수입하는 사치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인지 묻고 싶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의 슈퍼마켓은 점점 모든 것을 수입에 의존하는 두바이의 슈퍼마켓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소비가 지나친 것과 수입이 많은 것에 대해 옳고 그름을 가리기 전에 부채를 달러 소비로 낭비하는 것이 아닌지 분석해 보자는 것입니다.

왜 아무도 구제 금융을 생산 경쟁력 향상에 투자하지 않느냐고 묻지 않는 상황이 이상할 뿐입니다. 왜 물류비용을 낮추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혹은 도로정비를 하는데 쓸 수 없는 것입니까?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와 산따 페 주에 공공건설을 해 수십 년 동안 농업계를 괴롭혀 온 홍수문제를 해결해 곡물수출을 늘릴 생각을 할 수 없는 것입니까? 바까 무에르따 투자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에너지 생산 인프라에 투자를 해 원유 및 천연가스 수입을 줄일 수는 없습니까?

생산업을 간과하고 구제 금융을 소홀히 사용한다면 우리 세대는 물론 자녀 세대에 성경에서 나오는 재앙 같은 멍에가 될 것입니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아르헨티나의 근본적인 문제는 생산 적자에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소비에 환호하는 한은 말입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의 원인을 알고 있으나 긴축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지출과 조세수입이 늘어나는 가운데 연방정부는 지방정부에, 지방정부는 연방정부에 서로 요구만 하고 있으며, 심지어 노조, 은퇴자, 부유층, 중산층, 빈민층, 농촌, 산업체 들은 모두 서로 다른 쪽이 긴축을 해야 한다고 미루고 있습니다. 긴축의 결과로 인한 고통과 비용을 남에게 돌리고 싶어 합니다. 야당은 정부가 그 모든 정치적 비용을 지불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점진적인 개혁을 선택하면서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점 해결과 국민의 경제적인 단체 행동의 교정 같은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 못하고 천문학적인 수준의 외채 증가만 불러와 또 다시 대규모 외채상환 불이행 사태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세계의 모든 평범한 봉급자들이 이행하는 소득세 납부의 의무를 판사들이 거부하는 가운데 어떻게 도덕적인 판결을 바랄 수 있겠습니까? 해외의 재산 신고를 하는 공직자들에게 어떻게 국민 특히 빈민층에게 긴축과 검소함을 요구할 수 있습니까? 사회 전체가 긴축에 동의하는 대규모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겠습니까?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이번 정부에 국한 된 것이 아닙니다. 국가는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플랜을 만들고 노력하는 집단적인 노동 문화를 국민들에게 심어줘야 합니다.

한국에는 한 가족의 미래 청사진은 10년 단위가 되어야 하고 국가의 미래 청사진은 100년 단위여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근본적인 개혁이나 국민적인 노력 없이 외채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대신 지금이 바로 우리의 자녀 세대를 생각해야 하는 시기라고 보지 않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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