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기업인 최도선 씨, 아르헨티나에 문화재단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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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6일 11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유서깊은 떼아뜨로 꼴론 극장에서 바흐 아카데미(교장 마리오 비델라)의 부활절 기념공연이 있었다. 이번 공연은 또한 아르헨티나의 유명 가전제품 브랜드 피보디(Peabody)의 모태인 골드문드 사(社) 창사 20주년과 군정종식 및 민주화 40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이날 공연에서 빠블로 사라비(제 1 바이올린), 안드레스 스삘레르(오보에), 리까르도 그라체르(리코더)가 인상적인 연주를 관객에게 선보였다.
비델라 교장에 따르면 바흐 아카데미의 교육 이념은 바흐의 작품을 일반에 알리고 사회문화적 수준을 고양할 뿐 아니라 일반 관중들을 클래식 공연에 초청해 좀더 친숙하고 직접적이고 살아 있는 음악을 제공하는 것이다. 즉 예술은 대중과의 관계가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음악을 통한 공동체의 정서공유를 지향하고 있다. 바흐 아카데미는 국내외 유명 합창단과 음악가들과의 협연으로도 유명한데 로버트 레빈, 쿠이켄 형제, 구스타브 레온하르트, 크리스토프 라데만, 드레스덴 합창단, 짐머만, 헬무트 릴링 등이다. 이번 공연에서 바흐 아카데미는 바흐의 부활절 칸타타 100 여 곡을 소개했는데 ‘일요일의 칸타타’라는 이름으로 25년째 개최되었다. 눈 여겨 볼 것은 공연 안내 책자에 수록된 협찬사인 Peabody 소개난의 맨 앞장에 올려진 글귀이다.
“lo único que quiero poseer para siempre es el poder de la más elevada cultura para mi país. Porque es lo único que nos da felicidad y brinda felicidad a otro” 한국어로 번역하면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로 백범 김구 선생의 어록이다. 안내문에는 김구 선생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대통령으로 소개하고 있다. Peabody는 한국계 최도선 씨가 창업주인 소형가전 제작사로 기업주의 경영철학에 따라 문화예술 행사에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이번에 남미의 파리,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의 유서깊은 음악학원 바흐 아카데미 공연의 후원을 맡았다.
피보디 창업주인 최도선 사장은 현지 유력 언론에 일대기가 여러 번 보도되었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에 대해서는 ‘불사조’, ‘칠전팔기의 뚝심’, ‘빈민촌 출신 불체자에서 성공한 기업가’, ‘불굴의 투지로 역경을 극복한 의지의 한국인’, ‘성공보다 실패를 더 많이 한 사람’ 등등의 수식어가 뒤따른다. 그는 2022년 9월 ‘빛나는 이민자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12세에 가족과 함께 아르헨티나로 이주, 무허가 빈민촌 단칸방에서 4가족이 살며 영주권이 없어 청강생으로 학교공부를 마쳤다. 이후 대우전자에 통역보조로 입사한 후 판매책임자까지 승진했다. 그는 이때의 경험을 살려 퇴사 후 가전제품 회사를 인수해 골드문드 社를 세웠다. 초창기에는 짐꾼도 비서도 없이 모든 것을 손수 해내야 했던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근교 울링함 시에 15000m2에 달하는 공장, 200명의 직원을 둔 중견그룹으로 성장했으며 에세이사 지역에 추가로 18000m2에 달하는 공장부지를 확보, 150명을 추가로 고용할 예정이다. 피보디 사는 종업원들에 대한 복지, 지역사회에 이익환원 등으로도 현지에서 좋은 이미지를 얻고 있다. 또 마떼 차를 주로 마시는 아르헨티나 현지문화를 고려해 스마트 보온병을 발명했는데 이는 산학협동의 일환으로 실시한 디자인 콘테스트 입상작이기도 하다. 스마트 보온병은 이노베이션(창의성) 상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디자인 상 중의 하나인 독일의 레드 닷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까지 오는 걸음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네 번의 파산이 있었고 한때는 극단적인 선택을 고려할 정도였다. 수입한 부품, 장비들과 제품들이 정부의 규제로 세관에 여러 달 이상 묶여서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고 폭우로 생산한 제품들이 물에 잠겨 보트를 타고 건져 내야만 했었다. 어떻게 좌절하지 않을 수 있었냐는 물음에 ‘부양해야 할 가족들 때문’이라고 매우 간결하게 답했다. 현재는 회사유지와 일자리 보호라는 부담까지 양 어깨에 더해졌다. 그는 자신을 키운 8할은 역경이라며 역경을 통해 사람은 강해지고 성장하고 숨겨진 재능이 발굴된다고 경험을 전했다. 자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아버지를 꼽았는데 그의 아버지는 일제시대에 북해도로 강제징용 되었다가 해방 후 3000km를 걸어서 고향으로 돌아올 정도로 정신력이 강하고 좌절이라곤 모르는 분이었다. 피보디 社 사옥에는 국자 그림이 있는데 최도선 사장에 의하면 극한 상황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했던 선친 최영만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북한이 고향이었던 선친은 해방 후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실시된 토지개혁으로 재산을 고스란히 잃자 미군에 투항, 포로수용소에서 2년을 보냈다. 그곳에서 쇳조각을 주워 국자를 만들었는데 언제 어디서 써 먹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언젠가는 수용소를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국자를 만들었다. 그는 아버지를 가리켜 ‘여러 번 삶에서 가진 것을 빼앗겼으나 국자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국자에는 그의 제조업 철학이 들어 있는데 뛰어난 품질, 내구성, 견고성, 용이성이 그것이다.
그가 이번 바흐 아카데미에 찬조를 결정한 이유로 ‘경제적으로 궁핍한 것보다 더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문화적 가난이다. 문화적으로 소외되고 차별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문화재단을 설립해 현지 예술인 발굴 및 후원, 공연 찬조, 한-아 문화교류를 추진할 예정이다. 또 한-아 기업인 교류도 활성화시켜 한국기업의 경영방식, 경영철학을 현지에 소개할 예정이다. 한편, 피보디 사는 지난 3월 14일 ‘위안부 사진전’도 후원하고 협찬한 바 있으며 위안부를 알리는 스페인어 홈페이지도 제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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