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뚱바’, 뚱뚱한 바나나 우유라 불리는 빙그레 바나나 우유와 편의점 팩 커피를 조합한 ‘뚱바 커피’가 글로벌 잇걸들의 최애 음료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K-뷰티와 K-푸드를 넘어 이제는 K-커피까지 전 세계 트렌드를 휩쓸지도 모르겠네요.

@haileybieber
지난 3년간 흐름을 탔던 음식을 꼽아보자면 바닐라, 체리, 딸기, 피스타치오, 그리고 말차 정도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각각의 메뉴가 어느 순간 갑자기, 한꺼번에 세계 곳곳에서 유행을 타기 시작했죠. 확산 속도는 너무나 맹렬했고요. 업계에서 일부러 심어둔 트렌드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말이에요. 물론 그보다는 SNS를 중심으로 한 바이럴의 영향이 훨씬 컸을 테지만요.
사실 그 무렵 바나나는 식음료 시장보단 뷰티 업계에서 주목받았습니다. 뷰티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바나나 특유의 달콤하고 캔디 같은 향을 제품에 녹여냈거든요. 프라다 뷰티는 ‘바나나 립밤‘을 출시했고, 마크 제이콥스의 ‘데이지 와일드 오 소 인텐스’는 뚜렷한 바나나 향을 특징으로 내세웠죠. 그 밖에도 수많은 뷰티 브랜드들이 지난 1~2년 사이 바나나에서 영감받은 아이템을 출시했습니다. 뷰티 업계가 그야말로 ‘바나나 월드’를 구축해온 것이죠.
올해 상황은 어떨까요? 바나나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뷰티 대신, 먹고 마실 수 있는 ‘음식’ 본연의 자리를 되찾았거든요. 그 중심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빙그레 바나나 우유가 있습니다. 미국 <보그> 컨트리뷰터 에디터 세이블 용(Sable Yong)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습니다.

@linda.s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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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 최근 복합 K-뷰티 브랜드 ‘K 뷰티 월드’에 머리를 하러 갔다가, 홍보 담당자로부터 ‘바나나 라테’를 추천받았습니다. “한국에서 엄청 유행이에요!” 담당자는 그렇게 말하며 빙그레 바나나 맛 우유 한 팩과 얼음이 든 컵, 그리고 한국 편의점에서 파는 팩 아이스커피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용은 이를 두고 ‘카프리썬 같은 파우치에 든 커피’라고 표현했는데, 미국인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보일 수 있겠다 싶네요.
담당자는 얼음 컵에 커피와 바나나 우유를 섞어 영에게 건넸습니다. 영은 원래 단 음료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누구라도 뚱바는 못 참죠. 용 또한 그렇게 말했고요. “세상에, 정말 단숨에 들이켜버렸어요. 그리고 더 마시고 싶어서 안달이 났죠.” 그녀가 표현한 바에 따르면, 뚱바로 만든 바나나 라테는 달콤하지만 설탕보다는 크리미한 느낌이 강했다고 합니다. 우유보다 바나나 주스에 가까운 풍미를 지녔다고요. 여기에 커피까지 더하니 사탕처럼 달콤한 크림 조합이 탄생해 중독성이 엄청났다는 설명입니다.
용은 빙그레 바나나 우유에 편의점 팩 커피를 부어 만든 만든 바나나 라테의 시초가 한국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아시아의 많은 편의점에서는 음료와 함께 마실 수 있는 얼음 컵까지 판매한다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말이죠.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뚱바 커피’, ‘뚱바 라테’ 등을 검색하면 편의점 제품으로 뚱바와 커피를 더욱 맛있게 조합했다는 각종 레시피가 쏟아져 나옵니다. 사실 그 역사는 거의 1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팬데믹 이전에 출시된 빙그레 바닐라 맛 우유에 커피를 섞는 것에서 시작해 바나나 우유까지 이어진 거거든요.
한국인에겐 너무나 당연한 음료인 ‘뚱바’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어준 사람은 방탄소년단의 정국입니다. 수차례 뚱바를 마시는 모습이 포착돼 전 세계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냈거든요. 한국 인터넷에서 암암리에 알려져 있던 뚱바 라테 레시피가 해외에 알려진 것 역시 정국 덕분으로 보입니다. 정국의 팬들이 이 음료를 더욱 맛있게 마실 수 있는 법을 탐구하다 발견해낸 것이겠죠.
이를 영상으로 소개한 할리우드 배우도 있습니다. 배우 엠마 로버츠는 최근, 서울에서 직접 뚱바로 바나나 라테를 만드는 영상을 만들어 올린 바 있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여러 틱톡커 역시 뚱바 라테에 도전했고요. 모두가 바나나 라테의 인기를 견인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셈입니다.
빙그레가 바나나 우유를 처음 만든 건 1974년입니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국민 영양 개선 정책의 일환으로 낙농업을 육성했고, 우유 소비를 늘리고자 했죠. 그 무렵 한국은 경제성장 초기였던 만큼 단백질 및 칼슘 섭취가 부족했거든요.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흰우유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딱히 맛으로 먹을 만한 음료는 아니잖아요.
이제는 ‘밈’으로도 수없이 재활용된 신, 만화 <검정 고무신>에서 기영이가 인생 처음으로 바나나를 맛보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기억하시나요? <검정 고무신>의 배경이 빙그레가 바나나 우유를 출시한 시점보다 약간 앞선 때입니다. 그만큼 바나나가 귀한 시기였죠.
이에 빙그레는 바나나 향을 넣은 우유를 만듭니다. 바나나를 쉽게 맛볼 수 없는 만큼, 흰 우유는 싫어하더라도 바나나 향을 넣은 우유는 선호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는 계산이었습니다. 천재적인 아이디어였죠. 5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빙그레 바나나 맛 우유는 한국 바나나 맛 우유의 대표 주자로 살아남았습니다.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고요.
빙그레 뚱바 특유의, 기능과 감성을 동시에 잡은 용기 디자인은 ‘달항아리’에서 영감받은 것입니다. 제작 방식이 꽤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하죠. 폴리스티렌 소재를 활용해 위와 아래 컵을 마찰열로 접합하는 방식으로 생산되기 때문입니다. 빙그레 측에서 “전 세계에서 이 공정 설비를 다룰 수 있는 회사는 우리뿐”이라고 말할 정도죠. 그러고 보니 정말로 이런 형태의 우유는 한국 외에선 본 적이 없는 것 같기도 하네요.
@linda.sza용은 뚱바로 만든 바나나 라테에 푹 빠져, 한국 식품을 파는 마트에서 바나나 우유를 따로 구입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따라 마시는 콜드브루를 더해 나름의 뚱바 커피를 제조했다고요. 그녀의 말에 따르면, 한국 팩 커피만큼의 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슷한 맛은 난다고 하네요. 우리는 편의점에서 모든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어쩌면 조만간 우리는 초록빛 말차 대신 노란 바나나 라테를 들고 다니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을 줄인 ‘라이트’ 버전의 뚱바가 있다는 것도 모두가 꼭 알아줬으면 좋겠군요.